해외에 나가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26살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다.
지금 돌아보면, 참 무모했지만 절실했던 선택이었다.
대학은 2년 늦게 졸업했다.
한 번은 가정 형편 때문에, 한 번은 신앙적으로 더 깊어지고 싶어서 휴학했었다.
하지만 졸업 후 취업은 쉽지 않았고, 전공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주변엔 나보다 잘난 사람들뿐인 것 같았다.
자존감이 바닥이 났었던 그때, 교회 목사님의 권유로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고,
자존감도, 마음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선교훈련을 마치고 나서
“늦기 전에, 항상 꿈꿨던 해외생활을 해보자.”
라고 결심했다. 그때가 아니면 영영 못할 것 같았다.
문제는 영어도 안 되고, 돈도 부족했다.
3개월 겨우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비행기 티켓을 먼저 끊어놓고, 인터넷 뒤져가며 비자도 신청했다.
그렇게 가진 것이라곤 간신히 모은 200만 원과 무모한 용기,
혼자 타는 첫 비행기, 목적지는 호주 시드니였다.
그날 아침, 시드니 공항에 도착한 나는 ‘계획 없는 P’의 진수를 보여줬다.
공항에 도착한 건 좋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때 문득, 얼굴만 알던 대학 동기가 호주에 있다는 게 떠올랐다.
싸이월드에서 나눴던 전화번호 하나로 “도와줘” 문자를 보냈고,
그 친구는 픽업차를 보내주고, 시드니 시내까지 데려다줬다.
백팩커 체크인부터, 은행 계좌 개설까지
하나하나 도와준 그 친구 덕분에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문제는, 계좌를 만들려면 입금을 해야 한다는 사실.
무턱대고 150만 원 가까이를 입금했는데…
2주나 걸린다는 말에 멘붕이 왔다.
지금 가진 돈은 고작 50만 원, 텍스번호도 안 나와서 일도 못 구하고…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마트에서 파는 빵으로 하루를 때우고,
단기로 있을 수 있는 백팩커만 옮겨 다니며
눈치 보고, 불안해하고,
그렇게 국제미아 같은 2주를 버텼다.
그런데 그 시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 누군가에게 손 내밀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용기인지 알게 되었고
• 준비되지 않았어도, 부딪히면 조금씩 길이 보인다는 걸 배웠고
• 영어보다 더 중요한 건, 살아남는 힘과 적응하는 유연함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마무리하며
나는 정말 부족한 상태로 호주에 갔다.
영어도, 돈도,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그냥 ‘가보자’는 마음 하나로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그 선택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다.
자존감이 바닥이던 내가
그 바닥을 딛고 조금씩 나를 회복해가는 시작점이었으니까.
지금, 나처럼 망설이고 있다면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결심 하나면 충분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첫 걸음에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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