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5일 토요일, EDT 오후 8:50 업데이트

출처: Getty Images
필리핀의 논란 많은 전직 대통령이 지난 3월 전격 체포되어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된 사건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수배 중인 다른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경각심을 안겼다.
전직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인권 범죄 혐의로 오랜 기간 조사 대상이었으며, 특히 가혹한 마약범 단속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그의 재임 중 6,0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독립 감시기구들은 실제 사망자가 그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CC는 두테르테에게 비밀리에 체포 영장을 발부했고, 수 시간 만에 신속하게 구금했다. 워싱턴대학교 로스쿨의 국제형사법 교수이자 ICC 전 특별고문인 레일라 사닷은 “ICC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과거에는 대부분 공개된 영장에 따라 체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80세인 두테르테의 체포는 ICC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이는 현직에서 물러난 지도자들도 체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ICC가 수배 중인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에게도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정치적 복잡성에 가로막힌 체포
ICC는 자체 경찰력이 없고, 체포 집행은 회원국의 협조에 의존한다. 회원국으로는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호주, 브라질, 유럽연합 전 회원국(헝가리 제외 예정) 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체포는 정치적인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ICC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임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헝가리를 방문했고, 헝가리 총리 오르반은 오히려 이를 환영하며 ICC 탈퇴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ICC 대응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두테르테의 체포는 향후 더 많은 지도자 체포 가능성을 열어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
ICC는 2023년 3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강제 이송한 혐의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관리 마리야 르보바-벨로바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ICC 비회원국이며, 푸틴이 자발적으로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푸틴의 해외 방문은 점점 제한되고 있으며,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BRICS 정상회의에는 화상으로만 참석하기도 했다.
네타냐후와 가자전
ICC는 2024년 11월, 가자전 당시의 전쟁범죄 및 반인도 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와 당시 국방부 장관 요아브 갈란트를 수배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 한 명도 같은 혐의로 ICC 수배 대상에 올랐다.
이스라엘은 ICC 비회원국으로 재판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영장을 따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 정치적 갈등과 네타냐후 개인의 부패 재판 등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가 권력에서 물러날 경우 ICC가 아닌 자국 내에서라도 처벌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서방국들은 ICC의 네타냐후 영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ICC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프리카 집중 수사 비판과 ICC의 진화
과거 ICC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고, 지금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11명 모두가 아프리카 출신이다. 하지만 최근 시리아와 필리핀 등 다른 지역으로 수사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수단 전 대통령 오마르 알바시르, 케냐 전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 현직 케냐 대통령 윌리엄 루토 등도 ICC에 의해 수사된 바 있다.
ICC의 낮은 유죄 판결률, 긴 재판 기간 등도 비판 대상이다. 지금까지 발부된 60건의 체포영장 중 31명이 아직도 체포되지 않았다.
정치가 열쇠…하지만 희망은 있다
ICC가 성공적인 기소를 위해서는 정치적 지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필리핀의 경우도 마르코스 대통령이 두테르테와의 정치 연대를 깨면서 ICC 협력에 나서게 된 것이다.
북경대 국제법 교수인 그레고리 고든은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결국 정치일 뿐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의 사례는 권력에서 물러난 전직 국가 지도자도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무관용과 책임의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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