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필리핀 세부에서의 마지막 날,
수영장을 뒤로 하고
‘이제 뭔가 시작해볼까?’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지만,
막상 돌아오니…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외국에 있을 땐
내가 몇 살인지도 잊고
그냥 ‘나’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나는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제 뭐 해야 하지?”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문득,
“나 외국이 더 잘 맞는 것 같아.”
그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마침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30세까지 가능하다는 걸 알고
그걸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류를 하나하나 준비하면서
다시 떠날 마음이 점점 더 단단해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번엔 워킹 말고 아예 해외 취업도 해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생겼다.
큰 외국계 기업이나 유명한 회사는
지금의 내 스펙으론 너무 멀게만 느껴졌고,
“내가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리에서 시작해보자”
는 생각으로
필리핀에 있는 어학 마케팅 회사를 지원하게 되었다.
전공이 그래픽디자인이었기 때문에
마케팅팀의 디자인 파트로 지원했고,
그동안 해뒀던 영상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다.
그리고
연락이 왔다.
서울에서 면접을 보게 됐고,
정말 긴장되면서도 묘하게 두근거렸다.
면접장에 들어섰고,
그 자리에서 “같이 일합시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날의 감정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 드디어 나도 어른이 되는 건가.”
그 해 8월,
함께 합격한 한국인 여자 동료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다시 마닐라로 향했다.
이번엔 여행자도, 워홀러도 아닌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하며
수많은 불안, 수많은 떠남,
그리고 수많은 ‘새로 시작하기’를 지나
나는 마침내
“내 이름으로 서기”를 시작했다.
이건 거창한 성공 이야기가 아니고,
딱 내 속도대로 걸어온
진짜 내 인생의 첫 챕터 이야기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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